회고/인생

지금 회사를 다니면서

ㄹㅇ

 요즘들어 회사에 대해 부정적인 시선을 감출 수가 없다. 물론 나만의 문제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나도 한명의 사람이기에, 내 자신의 스트레스를 최소화 하고 싶기에, 퇴사하고 싶은 마음이 부풀어져가고 있다. 내가 왜 전엔 존버만이 살길이라고 해놓고 지금와서 퇴사를 하고 싶어하는 걸까? 회고해보자.

 

"~~씨, 요즘들어 의욕이 많이 사라진 것 같아."

 

 이번에 회사에서 들은 말이다. 맞는 말이다. Android App 초기 개발 때는 어떻게든 잘해보려고 퇴근 후 집에서도 Kotlin을 공부했던 나였다. 그렇게 공부를 하며 떠오르는거 싹다 구글링해가면서 찾아댕기고, 안드 개발자 오픈 톡방에 들어가서 여러 질문도 해봤고, 거기서 주최하는 레퍼런스도 돈주고 참여할 만큼 의지가 최고점이었다. 그런데 내 의지를 꺾어버리는 여러사건이 있었다. 그중 몇가지만 곱씹어보자.

 

1. 요오즘 기술을 쓰고싶어요!

레퍼런스 때 찍어온 사진

 내가 참여했던 레퍼런스에는 여러 회사들이 있었다. 그중 말만하면 다들 알만한 회사들뿐이라 바로 친구한테 레퍼런스를 공유하고 같이 참여했던 기억이 있다. 이 회사들은 사용한 기술들을 말할 때 모두 RxJava, 디자인패턴, 아키텍처에 관하여 설명을 했었다. 거기에 감명받아 나는 "이걸 우리 안드 앱에 넣는다면 정말 좋을 거야! 당장 다음주 출근해서 팀장님한테 말씀드려야겠다!" 생각했다.

 하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팀장님께 RxJava, Zeplin, MVVM도입, Clean Architecture 등 여러 기술들을 말했다. 그때 팀장님이 RxJava와 Clean Architecture를 두곤 이렇게 말씀하셨다.

 

"꼭 그런 것들을 도입해야 할까?"

 

 솔직히 나는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시니어인 팀장님은 원하지 않으셨다. 혹시 몰라 Zeplin을 디자인 실장님께 알려드렸지만, 사용하지 않으셨다. 나는 속으로 '그래... 그거 없어도 잘 되겠지... 그래도 한번 얘기를 더 해볼까?'라고 했다. 열심히 팀장님 츄라이..츄라이.. 해봤더니 팀장님은 내가 말했던 기술들을 세미나 자료로 만들어서 발표를 하라고 하셨고, 집에서 열심히 ppt를 만들어 발표했다. 결과는... 안 썼다. 지금도 안 쓴다. 그래서 좋은 혈압약 추천받습니다@@

 

 그래도 그나마 Zeplin은 지금 쓰고있다. 하나 건졌다. 쥐엔장...

 

2. 상사와 호감도 쌓기 (Feat. 미연시)

 나는 상사들과의 호감도를 쌓기 위해 밥을 먹든, 카페에 가서 커피를 먹든, 여러가지로 기회가 되면 개발적인 이야기나, 내 사생활에 관한 이야기도 서슴지 않고 입을 털어댔다. 탈탈탈. 그렇게 지내온지 어언 두달쯤 될 때, 개발 본부장이 내게 이런 말을 했다.

 

"~~씨, 말이 너무 많아. 말을 좀 줄여."

 

 솔직히 말이 많고 귀찮게 굴었기에 이해했다. 그러다 보니 말할 것도 그닥 없어지고, 일에 관해 얘기를 한 후에 이어지는 침묵은 상사를 앞에 둔 나에겐 정말 곤욕이었다. 커피를 입으로 마시다가 코와 귀로 뿜을 것 같았다. 하이드로 펌프-

 

 그러던 어느 날, 개발 본부장은 반대로 요즘 사원급들이 자신과 대화를 안 하려고 한다는 말이 돌기 시작했다. 나는 어이가 없었다 ㄹㅇ. 나는 노력했다고 생각했는데, 정작 나대지말라며 내게 말했던 상사. 이제와서 대화가 없다? 암이 암에 걸려서 낫는다는 기분이었다. 그래서 다시 여러 이야기를 해서 노여움을 풀어보려 했으나 돌아오는 건 쌀쌀맞은 말들 뿐이었다. 내 의욕이란 불씨가 사라져갔다. 과연 이건 의욕이 앞선 내 잘못일까 생각하지만, 생각만하면 머리가 아파 온다...

 

3. 수정, 수정, 또 수정, 계속 수정, 최종? 어림없지 ㅋㅋ 수정

Kill me...

 내가 입사했을 때 우리회사 내에 안드 앱의 기획서, 디자인들이 다 있었다. 그리고 그걸 보면서 개발을 했었다. 그러다가 어느순간 대표님이 디자인 수정사항을 던지기 시작했다. 나는 아무런 생각없이 하라는 대로 수정해서 올리고, 수정해서 올리고, 수정해서 올리고, 수정해... 아니 몇번했더라? 암튼 개많이 했다. 스타트업이니까 그럴 수 있지 생각했다. 하지만 출시도 안한 앱의 디자인, 기획을 자꾸 바꾸는건 곤욕이었다. 나를 제외한 내부 인원들도 나와 같은 생각이었다. 뭐랄까... 아직 구현할 것도 많은데 중간중간 디자인 수정에 맞춰 앱을 수정하는 건 너무 힘들었다.

 

4. 내 능력이 좋지 않아서 이런 말을 듣는걸까?

 이건 요즘들어서 자꾸만 느낀다. 상사의 따가운 말에 자꾸만 거슬리는 단어들이 포함되어 있다. 당연히 아랫사람이니까 참고 넘어갈 수 있겠는데 내 자존심을 건들인다.

 

 실제 이야기다. 상사가 내게 어떤 기능을 구현하라며 블로그 링크를 던졌다. 그리고 난 구현하는 도중, 이미 구현된 것 중에 활용해서 만들 수 있을 것 같다고 상사한테 말했다. 하지만 그는 그냥 블로그 내용 대로 구현하라고 말을 했고, 내겐 선택권 없이 구현을 시작했다. 테스트도 다 해서 일단 깃에 구현 내용을 올렸다. 하지만 다음날 아침 나를 불러놓고서는

 

"~~씨 말 대로 그거를 쓰면 될거 같아요. ~~씨가 설명이 부족했네요."

 

 ??? ㅈㄴ 어이없었다. 하지만 나는 또 살살 웃어가면서 "아, 네 ㅎㅎ... 다시 구현하겠습니다...ㅎㅎ~~" 해버렸고, 머리를 싸매며 수정을 해서 다시 깃에 올렸다. 그리고 상사한테 코드리뷰를 부탁했다. 그러더니 나를 불렀다...

 

 '내 코드에 문제가 많았나? 테스트도 했는데...?' 생각했다. 상사는 내게 내가 쓴 코드를 블럭화 하라며 부른 것이다. 처음엔 이해가 안됐다. 왜냐면 그 파일 안엔 여러가지 조건문들이 들어가 있었고, 이걸 안에 쓰나, 여기다 쓰나 똑같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어버버 거리며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랬더니 그 상사는 내게

 

"이건 뭐, 학원 수준인데...?"

 

 라고 했다. 명치에 바람구멍이 난 것 같았다. 그저 나는 여기 아래에 조건문들 다 써놨는데 왜 이걸 이렇게 쓰는가에 대해 궁금했던 건데 이런말을 들을 정도로 잘못한 건가? 아직도 의문이다. 나는 아직도 차라리 그 상사가 내게 불만을 제대로 얘기해줬으면 하는 심정이다. 그래야 나도 고쳐가며 발전할테니까. 하지만 그는 아직도 내 질문에 귀찮은 듯 한숨도 섞어가며 짜증내는 어투로 대답해주고 있다. (처음에 구글링해서 찾는 것보다 먼저 물어보라고 말한 게 상사다.)


 지금 회사에 온지 어언 1년하고도 5개월. 내게 한계가 온 것 같다. 그때 우연찮게 친구의 회사에 자리가 났고, 반신반의한 심정으로 이력서를 만들어서 보내봤다. 그런데 이게 뭐람. 이게 되네 ㅋㅋ... 아직 기술 인터뷰가 남았지만, 내 노력으로 가능할 것 같다. 내일채움공제? 이젠 모르겠다. 일단 내 정신적인 스트레스와 무너져버린 내 자존감부터 찾아야 할 것 같다.

 

 그리고 위에 4가지 사건보다 더 수위 높은 내용들도 많다. 말했다간 괜히 회자되어 그들에게 알려질까봐 무서운 것이다. 아무리 그래도 알려지면 좋은 것이 하나도 없으니 말이다. 너무 힘들다. 저번주엔 회사 사람들이랑 술먹다가 울어버렸다. 억울함, 분노, 자괴감 등 여러가지가 섞인 눈물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좀 쪽팔리지만, 그때 당시엔 그렇게라도 호소해서 개운했다. 그리고 뭔가 회사에 대한 마음정리가 잘 된 것 같다. 하지만 사람 인생 어떻게 될지 모르는 법. 확실하게 RUN(퇴사)할 수 있을 때, 위에 얘기했던 감정들이 사그라들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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